문화생활

사자가족이 상처입은 아기 여우를 만났을때

월광화 2022. 10. 4. 15:22

 

 

사자 무리 중 여우와 제일 먼저 대면한 것은 암사자였습니다.

힘없고 작은 여우가 어떻게 다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배고픈 것이 역력한 암사자가 다친 여우에게 다가가도

여우는 별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작은 여우는 자신의 몸은 움직일 수 없으면서도

자신보다 몇 배나 덩치가 큰 암사자를 향해

앙칼진 소리를 내며 나름대로 저항해 보는 듯 했습니다.

 

 

사자 가족이 도착했다

 

곧 이어 사자 무리의 다른 가족들도 하나씩 그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날 하루 종일 이 사자들은 사냥에 실패하고 굶었는지

아니면 이미 충분히 식사를 마쳤는지

구경꾼으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배가 고팠다면 그 사자들의 머릿속에는 이 작은 여우의 뼈에

고기가 얼마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배가 부르다고 하더라도 사자들에게

이 다친 여우는 어쩌면 신기한 존재일런지도 모릅니다.

 

 

 

호기심 많은 어린 사자들

 

특히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사자들에게는

다른 동물이 주는 신기함은 더 클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세 마리의 어린 사자는 자신들과 덩치가 비슷한

작은 여우에 대해 매우 궁금해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들었습니다.

 

여우라는 동물을 처음 본 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이처럼 다쳐서 꼼짝 못하는 상황은 낯설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여우는 어린 사자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일까요, 아니면 친구일까요.

 

 

 

모성애

 

그 때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어린 사자들이 그날 특별한 이 저녁 시간을 즐기며

다친 여우에게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을 때,

엄마 사자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여우 곁으로 다가가 감싸 안듯이 조심스레 앉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마치 엄마 사자가,

다친 여우를 보호하려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직 철없는 아기 사자들이 여우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긴장하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광경

 

가장 긴장 되는 순간은

엄마 사자보다도 덩치가 더 큰 숫사자가

어슬렁거리며 다친 여우에게 다가올 때였습니다.

 

작은 여우는 상처의 고통때문인지

두 마리의 큰 사자에 둘러싸인 두려움 때문인지

아까보다 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암수 한 쌍의 사자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붙어있는

여우를 지켜보는 모습은 보기 드문 장면을 나아냈고,

특히 사자들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습니다.

 

 

조용한 시간

 

이제 엄마 사자가 다친 여우를

처음 발견한 때로부터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사자 무리와 여우는,

별다른 문제없이 평화롭게 함께 그 장소에 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아기 사자들이 호기심으로 여우 가까이 접근하려고 하고,

그걸 엄마 사자가 제지한 것 외에는

그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여우를 공격해서 잡아먹으려 하거나 위협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를 잃다

 

사자 무리중에서 만약에 누군가가 여우를 공격한다면

누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일까요?

누가 봐도 가장 덩치가 크고 힘쎈 아빠 사자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빠의 뜻과 행동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듯 싶었습니다.

만약에라도 아빠 사자가 공격성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누구라도 막기 힘들테지요.

하지만 아빠 사자는 여우에 관한 문제는,

그냥 엄마 사자와 아기 사자들에게 맡기고 싶어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남자

 

그렇게 아빠 사자는 잠시 사자 무리와 여우 곁을 어슬렁거리며 떠났습니다.

아빠 사자가 다가왔던 것은

배고픔 때문에 작은 여우라도 사냥하려고 그랬다기 보다는

엄마 사자뿐 아니라 어린 사자들이 모두 모여 무슨 소동인가,

확인하려고 그랬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아빠 사자는 더 멀리 가지 않고

다시 사자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과잉보호

 

하지만,

아빠 사자가 이번에 돌아왔을 때는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조용히 지켜만 보던 사자는 갑작스레 여우를 향해 포효하였고,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아빠 사자가 마음을 바꾸어

여우를 공격하려나 보다,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상처입은 여우도 무척이나 무서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걸로 끝일까요?

하지만 이때,

엄마 사자의 행동은 보는 이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화가 나다

 

어미 사자가 아빠 사자의 여우에 대한 공격성에 저항하면서

맹렬하게 여우를 보호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치 자신의 새끼들을 보호하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었습니다.

엄마 사자의 이런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 아빠 사자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어린 여우라면, 그것도 다친 여우라면

그들에게는 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이런 행동을 보다니 적잖이 놀란 모양입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이런 저런 소동이 지나고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사진작가 다이어는 그 사이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사자무리와 여우로부터 잠시 눈을 떼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다이어는 사자들이 무엇인가 먹고 있는 소리를 들었고,

어쩌면 그것으로 이 소동의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사자의 보호 본능보다

아빠 사자와 아기 사자들의 배고픔이 더 컸을런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음식

 

사진작가는 조금은 슬프고 우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 결과,

사자들이 먹고 있던 것은 여우가 아니었습니다!

 

그 전의 사냥에서 남은 먹잇감이었는지 어쩐지

사자들은 전혀 다른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다친 작은 여우는 여전히

사자 무리들 주변에 안전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엄마 사자의 보호 본능덕분에 힘쎈 아빠 사자는

더 이상 아기 여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 했습니다.

 

 

회복

 

더욱 놀라운 사실도 있었습니다.

엄마 사자가 보호를 해주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아기 여우는 상처때문에

땅바닥에 거의 엎드린 상태로만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뒷다리로 스스로 일어나 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간 상처가 많이 회복되었던 모양입니다.

드디어 아기 여우도 이 사자 무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갈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진작가인 다이어에는 하나의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직 안전하지 않다

 

엄마 사자의 아기 여우 보호 본능은

비단 아빠 사자의 공격과,

어린 사자 아기들의 호기심을 막아낸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다이어씨가 비록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아기 여우가 제 갈길을 가는 사이에

두 마리의 배고픈 재칼이 여우들이 다가왔을 때도

엄마 사자는 우렁찬 외침으로 그들을 쫓아냈습니다.

이런 엄마 사자의 극진한 보호 덕분에

아기 여우는 마침내 안전한 곳으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살아있다

 

그 날의 이야기는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초원의 자연 사진 작가인 다이어는

그 후로 그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하였고,

그때 다쳤던 작은 여우을 다시 마주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어린 여우는 아직도 살아서

풀밭에서 회복중이었고 계속해서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만약 바로 그날 엄마 사자가 그 여우를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그 여우는 그 날로 생을 마감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놀라운 이야기

 

사람들은 가끔씩 연민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경멸적인 의미로 ‘짐승’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이 엄마 사자와 여우의 이야기를 보면

오히려 우리들은 그런 사람들을 ‘짐승’이라거나

‘동물’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물’들이야말로 때때로 사람보다

더 큰 자비심과 연민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때로는 자연으로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배웁니다.

이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