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은 삶의 마지막에 선 환자들의 공간이다.
보통 수술·항암·방사선에도
퍼지는 암을 막지 못한 말기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임종으로 가는 길",
"치료를 포기하고 죽으러 가는 곳"이란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최대한 버티다 가족 등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호스피스 병동을 선택하는 환자가 아직도 많다.
의사·간호사도 사실 호스피스 병동을 손사래 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태에 환자와 보호자의 '질문 세례'가 쏟아지고
환자를 열심히 봐도 사망하는 경험이 반복되며 몸과 마음이 병든다.
외래 진료 중심의 가정의학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담당하면 병동 진료까지 도맡아야 한다.
실로 고생을 사서 하는 셈이다.
황선욱 은평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그런 점에서 유별난 의사다.
2009년 성바오로병원에서 정부 지원도 없고,
진료 시스템도 정립되지 않을 때부터 지금까지 15년 간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몸담으며 말기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보완 대체 요법으로
뉴질랜드 허브 치료 자격도 땄다.
불면증 환자에겐 카모마일 차와 라벤더 오일을,
속이 더부룩하면 페퍼민트 차를 내며 안부를 건넨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환자와 보호자,
자원봉사자와 함께한 '허브 차담(茶談)'은 어느새 10년째 접어들었다.
지난달 말 병원에서 만난 황 교수는
"환자가 숨을 거둘 때 느끼는 스트레스보다,
환자의 고통을 줄여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일에 보람이 더 크다"며 옅게 웃었다.
호흡곤란으로 죽을 것만 같던 폐암 환자에 숨길을 열어주고,
통증에 몸서리치는 환자에게 진통제로 평안을 선물하는 일이
그에겐 "누구나 암으로 돌아가실지언정
하나라도 도움을 주는 체험"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환자에게는
신체·정신·영적 편안함을 제공하고 남게 되는 가족의 마음까지 보살핀다.
암 환자는 임종 1개월 치료비가
전체 기간에 쓴 치료비의 30~40%를 차지하는데 사망 직전 1개월간
이전 1년의 월평균 의료비의 2.5배를 지출한다는 분석도 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통증과 같은 증상을 조절하며
삶의 질을 극대화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핵심이라고 황 교수는 강조했다.
정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이유기도 하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통증을 줄이면 환자는 평안한 상태로 더 오래 살 수 있다.
말기 환자에게 진통제만 투여하는 게 무슨 치료냐며 힐난하지만,
사실 진통제도 약이고 통증 조절은 치료 행위다.
황 교수는 "통증 등 고통스러운 증상을 잘 조절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평균 수명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많다"며
"마약성 진통제만 주고
환자 임종을 앞당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정말 오해다.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암 이후의 치료로서 삶의 질을 극대화하여 더 오래 평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존엄하게 삶을 완성하는 것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포괄수가제라 하루 본인 부담이 1만5000~2만원 선이다.
식사 여부에 따라 비용은 약간씩 달라진다.
공동 간병인은 4인실 기준 보험이 적용돼 하루 6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
비급여 치료를 포함해도 하루 3만원가량,
한 달에 100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전문적인 케어도 장점이다.
최근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다학제 진료 체제가 정립돼 있다.
환자 증상 조절은 의사,
신체적 영적 돌봄은 간호사와 성직자,
환자 복지는 사회복지사가 각각 책임진다.
환자를 돕는 자원봉사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빅5 병원'을 포함해
일반 대학병원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일반 병동으로 운영 시 의료수익이 1.5~2배 높기 때문이다.
집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는 환자에게 적용되는
가정형 호스피스도 투입되는 인력 대비 수가 등이 아직 낮다.
황선욱 교수는
"은평성모병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대기자가 평균 30명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아직도 부족하고,
병동 숫자도 글로벌 권장 기준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한다"며
"노인과 암 환자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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