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을사년은 항상 힘든 일 일어났다?

월광화 2025. 1. 21. 11:20

사진은 푸른 뱀.

 

마음이나 날씨가 어수선하다'라는 뜻을 가진 '을씨년스럽다'가

이때 나온 만큼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길까 하는 불안도 적지 않게 든다.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을사년'에 우리나라는 오욕과 혼란를 되풀이해왔다.

 

먼저, 1545년 을사년에는 '을사사화'가 일어났다.

인종이 죽고 명종이 즉위한 해, 12살의 어린 명종을 대신해

권력을 잡은 문정왕후가 반대파들을 모함해 대거 숙청한 이 사건으로 인해

조선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고, 정치권에서는 수년간 갈등이 지속됐다.

 

1605년 을사년에는 '안동 대홍수'가 발생했다.

안동 출신 문신 김령이 쓴 '계암일론'을 보면,

'집과 나무들이 강을 뒤덮으며 떠내려오는데 사람 형체 같은 것이 떠내려오는 것도 있었다'

'물의 기세가 이렇게 세차고 이렇게 크게 범람하기가 예전에는 없던 일이고

너무도 참혹해 내려다볼 마음도 없어졌다'고 당시 처참한 광경이 기록돼 있다.

 

1785년 을사년에는 전례 없는 대기근이 있었다.

미국인 선교사 제임스 게일이 제작한 '한영자전'에서는 '을사'를 '기근이 난 해'

'지금은 가난과 고통을 뜻한다'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을사'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썼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은 덕수궁 중명전에 재현된 을사늑약 체결 현장
 
1905년 '을사늑약'은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제로 박탈하며 보호국화를 명분으로 체결한 조약이다.
이는 사실상 일제강점기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으로,
이 때문에 우리는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민족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을씨년스럽다'는 표현도 이 조약이 체결된 이후,
몹시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을사년과 연관 지어 사용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1965년 을사년에는 '한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됐다.

일본은 한국에 3억 달러의 무상 보상금과 2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와 강제 노역에 대한 모든 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협정에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가 포함되지 않았으며,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자, 독도 문제 등

중요한 사안들도 빠지면서 이후 일본과의 관계에서 깊은 갈등의 원인이 됐다.

 

영상은 "이제 또 한 번 을사년 뱀띠 해가 밝았다"며

"뱀은 생김새로 인해 무섭고 징그러운 존재로 여겨지지만,

사실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는 특성 때문에

재생과 변화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을사년'은 역사적으로 이어진 부정적인 흐름을 끊고,

재생의 기회를 통해 희망으로 가득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