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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식(節食)의 왕' 영조, 사도세자의 식탐에 노하다

월광화 2012. 7. 10. 18:35

 

 

조선 헌종 14년인 1848년

대왕대비(순원왕후 김씨)의 육순과 왕대비(신정왕후 조씨)의

망오(41세)를 기념해 잔치상을 받는 장면을 그린 병풍의 일부.

그림 중 가운데 높은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당시 궁중 기록화에는 왕이나 왕비,

왕대비 등은 그려 넣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왕실의 식탁' 심포지엄 -

조선 음식문화 기본 정신은 '절욕'
왕에 술·기름진 음식 자제 요구…

영조, 訓書 지어 小食 중요성 역설

 
조선 국왕의 수라상에는 전국 각지 산해진미가 올라왔다.

하지만 다 맛보아서는 안 됐다.

식탐의 '절제'야말로

치국(治國)에 앞서 갖춰야 할 수신의 제일 덕목이었다.

'인문학자가 차린 조선왕실의 식탁'.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정정길)이

11일 주최하는 조선왕조 궁중음식 고문헌 아카이브 심포지엄이다.

 

조선왕조 궁중음식 고문헌연구단이

장서각 등에 소장돼 있는

궁중음식 중요 자료인 '음식발기'(장서각 322건 소장) 등 다양한 문헌을 해부한다.

◇食慾을 조절하라

김호 경인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조선왕실

음식론의 키워드로 '절음식(節飮食)'을 꼽는다.

 

식욕의 조절.

술과 기름진 음식이야말로 최고 경계 대상이었다.

 

'고량지미(膏粱之味·기름진 음식의 맛)와

국얼지탐(麴蘖之耽·술을 탐하는 일)이야말로 만병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왕실에서는

기름진 음식 대신 순하고 담박한 음식이 권장됐다.

(승정원일기·영조 14년인 1738년 8월 2일).

왕은 '청심과욕(淸心寡慾·마음은 맑고 욕망은 적음)'을 요구받았다.

음악, 여색, 완물(玩物·갖고 노는 물건),

옷, 음식 등 무엇이든 마음껏 누릴 수 있기에

오히려 더 강력한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신료들은 진언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입에 맞으면 충분한데,

지나치게 진수성찬으로 먹고,

자제하지 못하고 더러 식전방장(食前方丈·매우 호사스러운 밥상)을

차리기도 하거니와 심지어 술로 언덕을 이루고

고기로 산을 이루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승정원일기·영조 즉위년인 1724년 10월 18일)

 

 
◇'유아 비만' 경계한 영조

왕실은 어려서부터 절식을 강조했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어릴 적 비만한 데다

식욕을 절제하지 못하자 못마땅했다.

 

그는 판부사 심수현이

다섯 자식과 손자를 키운 경험을 들며

'유아 비만'의 위험을 경고했다.

"두세 살 시기가 가장 중요한데 이때 다른 욕망은 없는 대신 식욕만 유독 강하다.

 

유모가 어린아이가 울지 않게 하려고

되는 대로 음식을 계속 주기 때문에

소아가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고 후일 병드는 이유가 된다.

"(승정원일기·영조 12년인 1736년 8월 11일)

영조는 금주령을 내린 데 이어 '자성편' 등

훈서(訓書)까지 지어 왕의 식욕을 경계했다.

 

"역(易)에 '절식하라' 하였으니,

내 나이 53세라 수발(鬚髮·수염과 머리카락)이

이미 모두 희어졌음에도 마음을 놓아

소홀하지 않은 이유는 다 이 조심함 덕분이다.

 

옥식(玉食)과 진수(珍羞)가 앞에 늘어져 있으니

이를 조심하지 않으면 어찌 이를 제어하고 욕심을 막겠는가.

오호라 힘쓸지어다."

할아버지 영조로부터 절식을 배운

정조는 자신이 어려서부터 소식하고

아침저녁으로 무를 먹고

기름진 음식을 멀리한 결과 지금(1800년)까지

그나마 건강을 유지했다고 회상했다

 

◇"구운 고기 한입에 먹지 말라"

절욕과 절제는 밥상 앞에서도 강조됐다.

왕가 어린이들의 교재였던

'소학'에서는 음식 예법을 이렇게 가르쳤다.

 

'남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에는 배불리 먹지 말라.

손으로 주물럭거리지 말고,

밥을 뭉치지 말며,

많이 떠먹지 말라'

'밥을 휘젓지 말고,

국을 들이마시지 말며,

국에 간을 맞추지 말라'

'젖은 고기는 이로 끊되,

마른고기는 이로 끊지 말고,

구운 고기는 한입에 먹지 말라…'

 

해설서인 '상변통고(常變通攷)'에 따르면,

국물을 들이마시지 말라고 한 데에도 다 뜻이 있다.

 

국 건더기를 국물과 함께 마시는 것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태도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구운 고기를 한입에 먹지 말라고 한 것도

한입에 고기를 삼킬 경우 '식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강을 챙기신 "영조 당신께서는 유명한 "골초" 였다는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