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서른두 형제가 죽임을 당한 인연

월광화 2022. 8. 24. 15:07

 

“좋은 업 닦고, 나쁜 행은 떠나야” 

세세생생 걸쳐 행한 무수한 업 
씨줄날줄로 얽혀 과보 낳는 것 
그 이치 전혀 복잡할 것 없어…


이기미칠자품’에서 이와 같이 전한다.

장자 이기미의 일곱째 며느리 비사리는 남다른 지혜로

사위국이 봉착한 난관을 해결하여 국왕인 파사닉왕에게 총애를 받았다.

비사리는 서른둘의 아들을 낳았는데,

모두 건장하고 용맹하여 일당백의 힘을 발휘하였다.

이들은 모두 장성하여 세도가들의 딸들과 혼인을 하였다.

어느 날 서른두 형제 중 막내가

나무다리 위에서 정승 아들의 수레와 마주쳤다.

둘은 각자 세도를 믿고 길을 양보하지 않다가,

화가 난 비사리의 아들이 정승 아들을 다리 밑으로 내던져 버렸다.

이 일로 정승은 비사리의 아들들에게 앙심을 품었다.

정승은 칠보로 장식한 말채찍을 만들어 서른두 형제에게 선물하였다.

그러나 채찍 안에는 강철로 된 칼이 숨겨져 있었는데,

형제들은 이것을 모르고 채찍을 항상 들고 다녔다.

 

정승은 이점을 이용하여 서른두 형제를 역모죄로 몰았다.

왕은 그것을 믿고 자객을 시켜

한 명씩 한 명씩 서른두 형제를 모두 죽였다.

 

이 사실을 안 서른두 형제의 처가인 세도가들은

모두 격분하여 무기와 군사를 모아 왕궁으로 쳐들어갔다.

파사닉왕은 몰래 빠져나와 부처님께로 피신하였다.

이어서 세도가들이 뒤쫓아 왔다.

이렇게 모두가 부처님 주변에 모인 가운데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서른두 아이는 어떤 인연으로 왕에게 죽임을 당했습니까?”

“먼 옛날에 서른두 명의 무리가 작당하여 남의 소를 훔치고,

어느 홀로 사는 노파의 집에서 소를 잡아먹기로 하였다.

그들이 소를 죽이려 할 때 소가 맹세하였다.

 

‘너희들이 지금 나를 죽이면

나는 후세에 너희들에게 반드시 앙갚음을 하리라.’

도둑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를 삶아 서로 다투어 먹었다.

 

노파 역시 소를 삶을 기구를 준비해주고 함께 배불리 먹었다.

아난아, 그때의 그 소가 바로 지금의 파사닉왕이요,

서른두 도둑들은 저 비사리의 아들들이며,

그 노파는 지금의 비사리이니라.”

아난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복을 닦았기에

살아서는 지혜와 부귀와 용맹을 갖추었습니까?”

 

“옛날 가섭부처님 때 어떤 불심이 깊은 할머니가

탑공양을 하러 가는 길에 서른두 명의 무리를 만났다.

 

할머니는 그들에게 탑공양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며 말했다.

‘나를 도와주면 복덕을 얻어

태어나는 세상마다 얼굴이 단정하고 힘이 셀 것이다.’

 

서른두 친구는 기뻐하면서

향유를 탑에 바르는 공양을 도와주고 이렇게 기원하였다.

 

‘우리는 할머니 덕에 큰 복업을 심었으니,

태어나는 세상마다 할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함께 부처님을 뵙기를 원합니다.’

“아난아, 그때의 할머니가 곧 지금의 비사리요,

서른두 사람은 지금의 아들들이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군사들은

인과의 준엄함을 깨닫고 왕에 대한 분노를 풀었다.

살면서 때로 부조리를 목격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인과의 존재에 대해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비사리와 아들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인과법칙이 잔인할 정도로 철저함을 일깨워준다.

 

세세생생에 걸쳐 행한 무수한 업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합당한 과보를 낳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치가 전혀 복잡할 것이 없다.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좋은 업은 닦아야 하고, 나쁜 행은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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