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길상사의ㅣ주지였던 덕현스님
법정(法頂·1932~2010) 스님의 열반 1주기(28일)를 앞두고
길상사(서울 성북동) 주지 덕현(德賢) 스님이 20일 갑자기 주지직을 사퇴했다.
길상사 홈페이지에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떠나는 심정을 담은 글까지 남겼다.
길상사 주변에선 “결국 올 것이 왔다.
시간이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법정 스님의 유언=법정 스님의 유언에는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후계자 지명’에 대한 구절이다.
법정 스님의 맏상좌는 덕조(德祖) 스님.
법정 스님이 길상사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스님)였을 때
덕조 스님은 주지를 맡았다.
강원도 산골에 머물던
법정 스님은 1년에 몇 차례만 길상사에 들렀다.
길상사 운영은 덕조 스님 몫이었다.
신도들을 꾸리고, 새 건물을 짓고,
경내를 다듬는 온갖 불사(佛事)를 덕조 스님이 도맡아서 했다.
그 과정에서 덕조 스님을 따르는 신도가 늘어났다.
법정 스님의 유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덕조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맏상좌로서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하라”는 구절이다.
길상사 주지와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 이사장직은
결국 넷째 상좌인 덕현 스님에게 넘어갔다.
이후 덕조 스님은 해제철에는 송광사 불일암에 머물고,
안거철에는 선방에서 수행을 했다.
그러나 주지를 맡은 덕현 스님은 길상사 일부 신도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덕현 스님은 “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는 글을 남기고 길상사를 떠났다.
◆법정 스님과 맏상좌의 갈등=법정 스님의 길상사 법문이 끝나면
당시 주지였던 덕조 스님이 마이크를 잡고 안내방송을 하곤 했다.
주로 길상사의 이런저런 불사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법정 스님은 이를 무척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비우고 비우라”는 ‘무소유’ 정신을 강조하는 법문 뒤에
“불사 동참”을 호소하는 얘기가 나오니 앞뒤가 맞지 않다고 봤던 것이다.
하루는 법정 스님이 덕조 스님을 불러 꾸짖었다.
평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덕조 스님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법정 스님의 말을 강하게 받아쳤다.
이날 이후 꼿꼿하고 예민한 성품의 법정 스님은
맏상좌에 대한 서운함을 좀체 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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