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열반경 사구게

월광화 2024. 1. 29. 17:01

 

 

열반경 사구게에 얽힌 이야기

 

諸行無常 是生滅法

제행무상 시생멸법

生滅滅已 寂滅爲樂

생멸멸이 적멸위락

 

이 세상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하는 것

그것은 곧 생겼다가 사라지는 나고 죽는 법이라네.

이 나고 죽음의 집착을 내려놓으면

곧 고요한 열반의 기쁨을 누리리라.

- 열반경 사구게 -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자타카(본생담) 에 나오는 열반경 사구게에 얽힌

설산동자 구법 이야기를 포스팅한다.

 

위대한 성인의 삶을

인간으로 산 80년의 생애만으로

온전히 살펴볼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본생담이다.

과거생의 무수한 삶을

수행에 전념해 오신 내용을

자타카에 기록되어 있다.

참으로 방대한 불전자료이다,

열반경 사구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송 중의 하나이다.

이 게송에는 모든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응축되어 있다.

여기서 본생담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과거생에

보살로서 수행하던 때의

설산동자로 수행하던 때의 이야기를 서술해 놓은 것이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전생의 설산동자 시절,

설산동자는 청정한 설산(雪山)에서

세속적인 모든 욕심을 버리고

무상대도(無上大道)를 구하기 위해

힘든 고행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하늘의 제석천왕(帝釋天王)을 비롯한

많은 천신이 그 고행자를 보고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다.

저 고행자는 청정설산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수행에만 힘쓰고 있다.

 

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저토록 힘든 고행을 닦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저렇게 한량없는 복을 지어서 무엇을 하려고 할까?

혹 제석천왕 자리를 노리고 있는게 아닐까요?"

 

"아닙니다.

기껏 제석천왕의 자리를 탐내는 자가

저런 고행을 하겠습니까?

저 사람은 아마도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을 아는

무상심(無常心)을 깊이 체득하여,

위없는 깨달음인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 사람처럼 일체의 상(相)을 떠난

무상삼매(無相三昧)를 닦다 보면,

머지 않아 틀림없이 무상대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제석천왕은 천신들의 말을 다 듣고 나서 입을 열었다.

"비유컨대, 마갈어가 수억만 개의 알을 낳지만,

그 알이 모두 부화되어 큰 물고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무상대도를 이루겠다고

발심(發心)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무상대도를 성취하는 자는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저 자가 참으로 진금(眞金)인 줄 알려면

태워보고 갈아보고 두드려 보아야[燒磨打] 한다."

 

제석천왕은 말을 마차자마자

바로 사람을 잡아먹는

흉측한 나찰귀신으로 모습을 바꾸고 설산으로 내려가,

동자가 수행하는 근처에 앉아 게송을 읊었다.

‘이 세상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하는 것

그것은 곧 생겼다가 사라지는

나고 죽는 법이라네.’

설산동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어디에서

이렇게 훌륭한 법문이 들려오는가?

어디에서 이와같은

반쪽의 여의보주가 쏟아졌는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흉측한 나찰만이

저쪽 바위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혹시 당신께서 조금 전에 노래를 부르셨습니까?"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 헛소리를 했는지도 모르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삽니까?"

"놀라지 마시오.

나는 산 사람의 따뜻한 고기와 피를 먹고 사는 나찰귀신이라고."

 

"조금 전에 설한 법문은 반쪽밖에 안되니

나머지 반쪽도 들려주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기꺼이 이 몸을 드리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겠소."

 

"내가 당신께 이 몸을 보시한다는 것을

천지신명께 맹세하겠소."

 

"그렇다면 잘 들으시오. 행자여."

‘나고 죽음의 집착을 내려놓으면

곧 고요한 열반의 기쁨을 누리리라.‘

나머지 게송을 듣고 난 뒤

행자는 나무와 돌, 땅에다 부지런히 게송을 쓴 다음

높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시방제불(十方諸佛)이시여,

일언반구(一言半句)를 위해

이제 이 몸을 버리오니 저를 증명해 주소서."

그 때 나무의 신(樹神)이

“이 게송에는 어떤 공덕이 있습니까?” 물었다.

 

설산동자가 답하길

“이 시는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내가 몸을 던져 법을 구하는 것은

나 하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말을 마치고

몸을 날려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나찰의 입을 향해 뛰어내렸다.

바로 그 순간

허공에서는 온갖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고,

나찰귀신은 제석천왕의 모습으로 돌아와

설산동자의 몸을 허공에서 살며시 받아

평지에 내려놓았다.

 

제석천왕을 비롯한 여러 천인들은

설산동자의 발 아래 예배하며 찬탄하였다.

"장하여라.

당신은 진정한 보살입니다.

무명 속에서 법의 횃불을 켜고

한량없는 중생의 이익을 구하려 하십니다.

저희는 여래의 높은 법을 지극히 아끼옵기에

시끄럽고 번거롭게 하였사오나.

참회하는 정성을 받아 주시고

무상대도를 이루어 저희를 제도해 주소서."

제석 천왕과 모든 하늘 대중들은

다시 설산동자에게 예배하고 사라졌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전생의 설산동자 시절,

반 게송을 위해 몸을 버린 인연으로

성불의 시기를 12겁(劫)이나 앞당겨,

미륵보살보다 먼저 부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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