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쿠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해야하는 사람이 감독인 니나가와 미카입니다.
본래 사진가로서 예술적인 색채와 개성있는 구도, 포즈 등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모았던 사진가로서, 많은 여성들의 선망을 받고 있는 사진가죠.
사실, <사쿠란>을 촬영할 당시 그녀는 영화를 찍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이 영화가 맡겨졌다는 것은 일반적 느낌의 영화가 아니라
영화 속 세트장은 그녀의 기획에 따라 원색으로 가득찬
(계속 보면 착란 증세를 보일 것 같은) 세트장으로 지어졌으며,
그 이후 색보정을 통해 진짜 그녀가 원하던 화면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었습니다.
거기에 츠치야 안나라는 시대극과 어울리지 않는 배우가 주연을 꿰찼다는 것까지
함께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기존 일본의 시대극과 같은 느낌의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것 쯤은 '안봐도 블루레이' 인 셈이었죠.
참 흥미롭게도 기존 수많은 게이샤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아니,
어쩌면 전 세계 창녀에 대한 슬픈 이야기하면 누구나 떠올릴법한 스토리입니다.
전형적이라는 단어가 딱 알맞는 스토리.
하지만 그게 압도적인 색채의 향연과 츠치야 안나의
개성적이고 파괴적인 연기와 만나니 느낌이 달라지는 거지요.
강물에 버리면 붕어가 되버린다."
"금붕어는 어항 속에서만 살 수 있는 거야" = "창녀는 유곽에서만 살 수 있는 거야"
이 영화 속 유녀들(자막으로 게이샤라고 번역되는데,
유녀가 맞습니다.)과 유곽의 관계를 말해줍니다.
영화의 주제가 되는 게 어항과 금붕어다보니,
이 영화 속에서 금붕어와 어항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심지어 유곽의 입구에 거대한 어항이 달려있을 정도입니다.
전형적인 게이샤 영화와 딱 어울리는 주제지요?
그런데 영화는 전형적이지 않아요. 같은 재료를 쓴
붕어빵이랄지라도 그 틀이 다르면
모양새가 다르게 나오니까요.
일단,
여성 사진작가인 니나가와 미카이다보니
그녀는 의외의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바로 '여성이 느끼는 섹시함'이라는 부분인데요.
여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섹스신 혹은 이런 포즈가
더 섹시게 느껴진다라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켜 촬영한 것이죠.
남자 스텝들은 '글쎄..' 를 말할지 몰라도
여자 스텝들은 찬성을 보내는 연출이었죠.
그냥 살짝 벗어제끼고,
야릇한 표정으로 앉아있으면 그만일
유녀들을 비추는 장면도
사진작가 출신답게 손짓,
얼굴의 각도,
표정 하나하나 다 신경쓰며 연출한 덕분에 모든 장면에서
섹시함과 야릇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야릇한 기분에 빠지게 됩니다.
그럼 통속적이고 전형적인 스토리 안에 개성이 넘치는 여성 감독의 연출,
그 안에 녹아있는 색채 예술의 극치가 각 배우들의
연기와 얼마나 어울리느냐가 중요할텐데,
그거야 츠치야 안나가 주인공인 것 부터가 범상치 않잖습니까?
사실 시대극 속의 캐릭터에 츠치야 안나란 배우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 시대극이 아니다보니,
츠치야 안나의 꽤 훌륭한 연기와 개성넘치는
연출이 잘 어울려서 긍정적 결과물을 남겼다고 할만합니다.
물론, 츠치야 안나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첫번째 오이란,
쇼히역의 칸노 미호가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여배우라는 점.
그리고 두번째 오이란으로 나오는 타카오역의 키무라 요시노 역시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는 점이겠죠. 두 배우는 일본이 자랑하는
연기파 배우로서 츠치야 안나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자들입니다.
'오이란'이란 유곽의 창녀들 가운데, 최고 계급을 의미.
그런데, 츠치야 안나의 연기가 묻히진 않을까 걱정되던
배우 캐스팅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칸노 미호는 착한 역할은 아니지만,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배려로 츠치야 안나가
맡은 키요하 캐릭터를 이끌어주고,
키무라 요시노는 훌륭하고 안정적인 시대극 연기로서 시기,
질투 그리고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낸 뒤,
퇴장하면서 츠치야 안나의 연기가 지향해야 할 곳을 지정해주니까요.
연기 타입으로 자칫 신파로 물들어 지루해질 수 있는
이 영화를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붙들어맸지요.
그래서 영화는 뻔한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신파로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게되기 전에 츠치야 안나란 배우의 이미지가
그렇게되지 않도록 강하게 붙들어 매거든요.
덕분에 이 영화는 정말 독특한 개성의 영화로 탄생되었습니다.
바로 리얼리즘입니다. 심하게 포장되고 엉뚱하게 만들어진
영화 <게이샤의 추억>과는 다르게
이 영화의 유녀들은 꽤나 리얼한 느낌을 주거든요.
창녀들의 생활을 맨살로 맞닿게 만드는 듯한 느낌의 고증이랄까요.
물론 의상이나 건축 미술, 소품등은 판타지지만,
그 안에 표현된 디테일은 실제라는 것이죠.
하지만 내용은 게이샤의 추억과 똑같아요
이렇게 독특하게 꾸며진 영화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한 번쯤 봐둬야 할 영화로 받아들여질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극장에서 순식간에 내렸었던 영화인만큼
DVD로 그 가치를 찾는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1.85:1의 화질은 최상급입니다. 일단,
일본 영화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뛰어난 해상력이 돋보입니다.
정보량이 많은 장면도 넉넉하게 소화하며,
암부 디테일이 약간 아쉽지만 조명의 정도도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셋트촬영이란 점도 한 몫을 했겠죠.
일본영화 특유의 어두침침하고 침울한 필름 질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아,
눈이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영상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주길 기대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엔딩장면 마침내 유곽에서 도망쳐나온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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