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는 하선이라는
한 평범한 남자가 왕과 닮았다는 이유로 15일간 왕 노릇을 하고,
그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변신 이야기는 놀라운 완성도로
이미 큰 성공이 예견되고 있습니다.
조선의 왕 광해(이병헌)은 암살의 위협을 다시 한번 넘기고
심복 허균(류승룡)에게
"나와 용모가 꼭 닮은 자를 구해 오라"고 지시합니다.
그렇게 해서 발견된 것이 기방에 출입하며
광대놀음을 하던 하선(이병헌).
왕의 용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똑같이 흉내내며
글도 읽을 줄 아는 하선에게 왕과 허균은 만족하고,
하선은 이따금씩 왕의 미행을 감추는 대리 역할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광해가 알 수 없는
독극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허균은 왕의 변고를 감추기 위해 하선을 궁으로 데려온 뒤
왕을 은밀한 곳에 숨겨 치료하게 합니다.
광해를 대신해 조선의 왕 노릇을 하게 됩니다.
비밀을 아는 사람은 허균과 조내관(장광) 두사람 뿐.
비밀이 드러날 것에 대비해 "비빈들, 특히나 중전(한효주)은
절대 가까이 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지지만....
조선의 여러 왕들 가운데 조선시대와
연산군과 함께 패륜과 폭정의 상징이었던
광해군은 20세기의 눈으로 볼 때
광해군의 정책에 대해 일면 긍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에 해당하는 인목대비(선조의 계비)를
유폐하고 어린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살해하는 등
'패륜'을 저지르고서는 왕위를 제대로 보전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광해'에서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무거운 이야기'와
'가벼운 이야기'의 황금비율입니다.
'둘 다'를 소화해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배우 중 하나인
류승룡이 영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류승룡의 움직임에 따라 두 이야기의 배분이 조절되기 때문이죠.
류승룡이 중심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코믹함이 돋보이는 배우 김인권이 강직함을
표상으로 하는 도부장 역을 맡아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김인권의 "저~~~~~언 하~~~ 히잉" 이었습니다.
이밖에도 전반적으로 코미디와 관련된 '호흡'과 '박자' 면에서
추창민 감독은 장인의 솜씨를 보여줍니다.
이병헌의 호연은 굳이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왕은 그 자리에 있지만
하선이 지나치게 지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하선1(광대놀음을 하던 원래 하선)이
하선2(왕이 된 뒤 변모한 하선)로 바뀌어 가면서
이병헌의 연기는 빛을 발합니다.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왕 하선2와,
"용상에 앉았던 천한 것을..."이라며 서늘한 분노를 감추는
광해는 선명하게 대비를 이룹니다.
이렇게 해서 이병헌은 세 인물을 연기하는 셈이 됩니다.
이 영화가 하선이라는 인물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세 인물 가운데서도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하선2'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이병헌의 연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효주는 이미 사극에 익숙했기 때문인지
비련의 중전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우라를 풍겼습니다.
역할의 특성상 눈에 띄는 자극적인 연기는 주어지지 않았지만,
'광해'의 중전 역할을 할 배우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관객의 공감'입니다.
'저런 중전이라면
하선이 자기 목숨을 위태롭게 해 가면서도 보호하려 기를 쓰는게
당연해'라는 생각을 줄 수 있는 배우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한효주의 캐스팅은 탁월했습니다.
'광해'에서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빛의 사용입니다.
진짜 왕 광해는 빛을 등에 이고있거나,
인공적인 조명의 도움을 받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하선은 왕위에 있을 때도 자연광 앞에 노출됩니다.
이런 배치는 '태어난 왕'과 '만들어진 왕'의 차이를 은연중에
관객에게 심어주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었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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