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6년,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죽림정사에서 머무르실 때였다.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은 신심이 두터웠기에
왕비와 왕자들에게 부처님께 귀의할 것을 권유하였다.
빔비사라왕의 세 번째 왕비인 케마는 빼어난 외모만큼이나 교만했기에
아리따운 여인을 종기나 피고름덩어리에 비유하는 부처님을 싫어했다.
그녀는 부처님을 만나고 싶은 생각보다 죽림정사라는 곳이 궁금해서
모두 걸식을 나간 틈을 타서 죽림정사에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그곳에
부처님께서 정사 한가운데 앉아 계시고,
그 옆에 숨을 쉴 수도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부처님께 부채질을 해드리고 있었다.
그 여인은 바로 날마다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던 케마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녀 앞에서 늙은 원숭이에 불과했다.
케마가 자신을 보고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 하고 감탄하는 사이,
비단 같던 그녀의 살결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삼베 같아졌고,
별빛처럼 초롱초롱하던 눈동자에 백태가 끼기 시작했다.
잘 익은 복숭아같이 불그스름하던 얼굴은
늙은 원숭이 피부처럼 늘어지고 윤기가 흐르던
머리카락은 늙은 돼지 털처럼 뻣뻣해지더니 부러졌다.
허리가 굽고 뼈마디가 불거지고,
이가 빠지고 성글성글한 흰 머리카락을
겨우 추스르는 할머니가 되어 몸도 가누지 못했다.
케마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몸을 휘청거리는 케마를 향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비여, 자세히 보십시오.
케마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지혜의 눈이 없는 장님 같은 아들은
이 육체의 아름다움을 아끼고 찬탄하지만, 보십시오.
이 몸은 쉽게 늙고 병들며 무너집니다.
화려한 옷과 향기로운 분으로 덮고 가리지만,
아홉 개의 구멍으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오물들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왕비여, 돌아보십시오. 케마여, 생각해보십시오.
무너지지 말라고 아무리 애써도 그것은 무너지는 것입니다.
아름답다고 아무리 되뇌어도 그것의 본성은 아름답지 않은 것입니다.
그와 나의 육체를 사랑해 보듬지만
그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슬픔과 두려움과 고통입니다.”
대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목을 빳빳이 세우고 돌아다니던 케마였다.
그러나 늙어가는 것이 두려웠던 케마였다.
왕비는 무릎을 꿇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비여, 이곳에서 쉬십시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아 육체에 대한 집착과 갈애를 버릴 때,
마음은 고요해지고 편안해집니다.”
케마는 일어나서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였다.
“왕비여, 벗어날 길을 찾으십시오.
케마여,
지혜를 닦으십시오.
당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
보기 좋다고 여기는 것,
거기에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원래 없습니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은 떨치고 자세히 보십시오.
나와 너가 실재하는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됩니다.
나와 너를 비교해서도 안 됩니다.
그로 인해 교만심을 일으켜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행동과 말씨와 마음가짐을 조용히 가라앉히고 예의를 갖추십시오.
공손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마음속 교만을 버리십시오.
그러면 고요하고 편안한 열반에 곧바로 도달할 것입니다.”
케마는 자신의 교만을 참회하고
붉은 연꽃 같은 부처님의 두 발에 진심으로 머리 숙였다.
죽림정사를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은 평화로웠다.
왕궁으로 돌아온 그녀는 대왕을 만나 출가를 허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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