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

나무꾼과 물푸레나무

월광화 2013. 8. 20. 15:39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아름드리나무들이 서 있는 깊은 산속에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나무들 중에서도 위엄 있는 참나무에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리고 부탁했다.

“저는 마을에 사는 나무꾼인데,

도끼 자루로 쓸 만한 나무를 구하고 있습니다.

쓸모가 없는 나무라도 좋으니까 한 그루만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무들은 나무꾼의 공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어떤 나무를 줄 것인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참나무가 헛기침을 한 후 말했다.

“더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중에 가장 쓸모없는 물푸레나무를 주기로 합시다.”

옆에 있던 오리나무도 박수를 치며 찬성했다.

도끼 자루로 뽑힌 물푸레나무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저를 나무꾼에게 주면 모두가 후회할 일이 생길 거예요.”

물푸레나무가 애원했지만 모든 나무들이 고개를 돌리고 외면했다.

잠시 후 나무꾼은 물푸레나무를 잘라 도끼 자루를 만들고 나자

조금 전의 공손했던 태도와 달리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는 닥치는 대로 나무들을 찍어 넘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나무들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나무꾼은 들은 척도 안했다.

“이렇게 단단한 도끼 자루를 주고 나서,

이제 와서 살려 달라는 거야!

내가 나무를 찍어 넘기는 나무꾼인 줄 몰랐다는 거야!”

며칠 지나지 않아 숲에는 대여섯 그루의 나무밖에 남지 않았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참나무가 눈물을 글썽이며 탄식했다.

“우리가 나무꾼에게 물푸레나무를 주지만 않았어도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는데….”

다른 나무들 또한 물푸레나무를 업신여기고 나무꾼에게 준 것을 깊이 후회했다.

하지만 그때 옆에 있던 참나무가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만이 숲속에 크게 울려 퍼졌다.

 

'불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에 곡식을 심으면...  (0) 2013.08.20
바라문과 허풍쟁이 소  (0) 2013.08.20
영원한 아름다움은 없다  (0) 2013.08.20
어리서은 이가 지혜로운 이를 이기려 한다면  (0) 2013.08.20
진실한 말의 힘  (0) 201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