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양이 끝나자 홀연 한 스님이 와서
위의(威儀:)를 갖추고 법당에 올라 마조를 참례했다.
마조가 말했다.
“어젯밤 어디에 있었는가?”
스님이 말했다.
“산 아래 있었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밥은 먹었는가?”
스님이 말했다.
“아직 먹지 못했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고두(庫頭)한테 가서 밥을 달라고 해라.”
스님이 “예!” 하고 나서, 고두에게 갔다.
그때 백장이 전좌(典座)를 맡고 있었는데,
자기 밥을 나누어 공양하게 했다.
그 스님이 공양을 하자마자 가버렸다.
백장이 법당에 오르자, 마조가 물었다.
“좀 전에 한 스님이 공양을 하지 못했는데,
네가 공양하게 했는가?”
백장이 말했다.
“공양을 했습니다.”
마조가 말했다.
“너는 앞으로 무량대복덕인(無量大福德人)이 될 것이다.”
백장이 말했다.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마조가 말했다.
“이는 벽지불승(僻支佛僧)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백장이 물었다.
“화상께선 범인(凡人)이신데, 어떻게 저 벽지불의 예를 받습니까?”
마조가 말했다.
“(그가) 신통변화(神通變化)는 얻었지만,
일구불법(一句佛法)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나보다 못하다.”
본문(本文) 역주(譯註)
고두(庫頭): 사찰의 금전과 곡물 등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승려.
전좌(典座): 선원에서 식사나 의복 또는 이부자리 등을 담당하는 직책을 맡은 승려.
벽지불: 샨스크리트어와 팔리어의 음사(뜻이 아닌 소리로 옮김).
독각(獨覺) 연각(緣覺)으로 번역,
홀로 연기의 이치를 주시하여 스승 없이 홀로 깨달은 자라는 뜻.
깨달음의 길
그대는 그대가 부처라는 진실을 믿는가?
믿는다면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대, 불생불멸(不生不滅)한 그대
자신으로 불생불멸(不生不滅)한 그대 자신을 보라!
강서 마조 도일 선사가 말하기를
“일오영오(一悟永悟) 불복갱미(不復更迷) 라고 했다.
한 번 깨달으면 영원히 깨달아서 다시는 미혹되지 않는다.”
이것을 한 번 보면 자성(自性: 自心)이 법(法)임을 알아
다시는 중생(衆生)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이 법이다!
또 마조 도일 선사가 말하기를
“다만 지금 행주좌와(行住坐臥)하고
근기에 따라 중생을 제접하는 것(應機接物) 모두가 도(道)다.” 라고 했다.
평상심도(平常心道)! 행주좌와(行住坐臥) 입처개진(入處皆眞)
수처작주(隨處作主)! 배설하고 오줌 누고,
옷 입고 밥 먹고, 피곤하면 눕는 이것이 도다.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이것이 도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있는 곳마다 모두 진실한 이것이 도다.”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마음이 마음을 보는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를 미리 알고 마음을 깨달았다고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방(誹謗)하는 것이요,
부처님 이래 조사와 선사들을 능멸(凌蔑)하는 것이다.
무엇이 법인가?
무(無)!
무엇이 내 마음인가?
유(有)!
그러나 무(無)를 생(生)하게 하고,
유(有)를 생(生)하게 하는 내 마음은 무(無)도 유(有)도 아니다.
무엇이 도인가?
무(無)
무엇이 부처인가?
유(有)
어떻게 깨달을 것인가?
없는 것도 없고, 있는 것도 없는 이 자리,
이것, 이 마음이 그대의 불생불멸(不生不滅)한 진아(眞我)다.
언하대오
[마조어록] 평상심이 도이다.
도(道)는 닦을 필요가 없다.
다만 오염(汚染)되지만 말라.
어떤 것이 오염되는 것인가?
생사심(生死心)을 가지고서 조작하고
추구하는 것이 모두 오염(汚染)이다.
곧바로 도(道)를 알고자 한다면,
평상심(平常心)이 바로 도(道)이다.
무엇을 일러 평상심이라 하는가?
조작(造作)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고,
취하고 버림이 없고, 일시적이거나 영원함이
없고, 범부도 없고 성인도 없는 것이 평상심
(平常心)이다.
경(經)에 말하기를, 범부(凡夫)의 행(行)도 아니고
성현(聖賢)의 행도 아닌 것이
바로 보살(菩薩)의 행이다.]라고 하였다.
이제 가고·머물고·앉고·누우며
때에 따라 사물을 대함이 모두 도(道)이다.
왜냐하면 도(道)는 곧 법계(法界)인데,
온갖 묘한 작용이
모두 법계(法界)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마조어록 -
[출처] [마조어록] 평상심이 도이다.|작성자 MAN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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