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9세기에 제작된 비로자나불(金銅毘盧遮那佛立像)이다.
곧추 세운 왼쪽 검지 위로 오른손가락을 굽혀 살짝 맞댄,
통일신라 비로자나불상에서는 드문 형태의 지권인을 하고 있다.
풍만한 얼굴에 두 눈을 지긋이 감고 깊은 사색에 잠긴 모습에서
불국토 나라, 신라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비로자나불은 불교의 부처 중 하나로,
온 세상에 존재하는 불법(부처님 법)의 진리를
'광명(밝은 빛)'또는 '태양'으로 형상화한 부처이다.
'광명이 두루 비친다'라는 뜻으로 부처의 가장 궁극적인 모습(佛身)의 진신(眞身).
비로사나(毘盧舍那), 노사나(盧舍那)라고도 한다.
수인은 지권인(智拳印)으로 손가락을 꼬거나,
한 손의 검지를 다른 손바닥으로 움켜지는 형상이다.
이것은 너와 나,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뜻한다.
최근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비로자나불상 2구
최근에 결실된 두 손을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비로자나불상 2구가 있다.
경상북도 예천 한천사(寒天寺) 유리광전에 안치된 철조비로자나불상은
1979년 8월에 보물로 지정되면서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진 1). 처음 발견되었을 때 두 손이 모두 결실된 상태라
약합을 가진 약사불로 후보하였다가 2002년에 팔의 위치를 고려하여
지권인의 비로자나불상으로 복원되었다.
한천사 비로자나불상은 불신에 비해 머리가 작고
다리의 폭이 넓어 안정적인 모습이며 양감 있는 어깨와 넓은 두 다리,
당당하고 균형 잡힌 신체표현 등에서 통일신라 전성기 불상의 특징이 엿보인다.
특히 법의가 왼쪽 어깨 위에서 한 번 접힌 채 가슴 아래로 흘러내려와
옷자락이 왼손 위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나
다리 위에 표현된 여러 겹의 반원형 옷주름,
두 다리 사이에서 모아진 부채꼴 모양의 옷자락 등은
8세기 중엽의 석굴암 본존불상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철불로서는 보기 드물게 옷주름 표현이 자연스럽게 처리되었다.
한천사 비로자나불상은 8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현존하는 철불로서는 가장 오래된 좌권인 비로자나불상으로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
▲2. 밀양 천황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신라 후기, 높이 123.5㎝.
한천사 철조비로자나불상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다가
최근 머리와 두 손을 복원한 불상으로 경상북도 밀양 천황사(天皇寺)
대광명전에 봉안된 석조비로자나불상이 있다(사진 2).
이 불상 역시 약합을 쥐고 있는 약사불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1998년에 정밀조사를 하면서 팔의 위치에 따라
왼손으로 오른손의 둘째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지권인의 손 모양으로 복원되었다.
일반적인 지권인과는 손의 위치가 반대로 되어 있다.
비로자나불상으로는 보기 드물게
사자(獅子)가 조각된 대좌 형식을 갖추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불상의 어깨와 가슴은 당당하고 허리가 잘록하여 양감이 살아 있다.
몸에는 한쪽 어깨를 드러낸 얇은 옷을 입었는데 몸에 밀착되면서
신체의 곡선이 잘 표현되어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대좌는 마멸이 심하여 세부표현이 뚜렷하지 않으나
하대에는 복판 연화문 위에 11마리의 사자를 환조상으로 조각하였다.
사자 모두 앞다리를 위로 뻗어 올려 상대의 앙련을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엉덩이와 꼬리부분도 표현하였는데
사실적인 형태와 정교한 조각기법이 엿보인다.
사자를 환조상으로 조각한 사자좌의 형식은
우리나라 불상에서는 거의 유일한 예로 중요한 자료이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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